아날로그 드로잉을 할 때 펜으로 선을 촘촘히 그어 명암을 넣던 그 손맛이 문득 그리워진 적이 있으셨나요? 저도 디지털로 넘어오면서 그 서걱거리는 질감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그러다 프로크리에이트의 브러시 스튜디오를 활용해 나만의 해칭(Hatching) 브러시를 직접 만들어보면서, 디지털에서도 아날로그의 따뜻함을 충분히 재현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해칭은 선을 여러 번 겹쳐서 음영을 만드는 기법으로, 선을 많이 겹칠수록 어둡고 진해지고 듬성듬성하게 그리면 밝게 표현됩니다. 짧은 단선, 곡선, 점으로 표현하는 스티플링, 그리고 선을 교차시키는 크로스 해칭 등 다양한 스타일이 있으며, 그림에 아날로그적인 따뜻함과 독특한 질감을 더해줍니다.
해칭 브러시 소스 만들기, 내 손으로 직접 그린 선이 브러시가 됩니다

해칭 브러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브러시의 재료가 될 소스 이미지를 직접 그려야 합니다. 정사각형 캔버스(약 500~1000px)에 검은색으로 해칭 선들을 자유롭게 그립니다. 단선 형태나 네 방향으로 겹친 크로스 해칭 형태 등 원하는 모양을 그린 뒤, 동작 > 공유 > PNG로 저장하여 이미지 소스를 준비합니다. 이렇게 저장한 소스는 브러시 스튜디오의 모양(Shape) 항목에서 '편집'을 눌러 불러오면 되는데, 이때 두 손가락으로 탭하여 반전시켜야 선 부분이 흰색으로 인식되어 브러시가 올바르게 그려집니다. 예전에는 아날로그로 일일이 선을 긋느라 손목이 시큰거렸는데, 브러시 스튜디오에서 직접 그린 선 소스를 등록하고 나니 터치 한 번으로 그 느낌이 재현되는 게 정말 신기했습니다. 내가 직접 그린 선이 브러시의 모양 소스가 되어 캔버스 위를 채워 나가는 것을 보면서, 도구에 내 개성이 담긴다는 느낌이 들어 작업에 훨씬 더 애착이 생겼습니다. 단순히 기성 브러시를 가져다 쓰는 것과는 전혀 다른 온도의 작업이 시작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브러시 스튜디오 설정, 분산과 그레인으로 자연스러운 질감을 완성합니다
소스를 불러온 뒤에는 브러시 스튜디오의 세부 항목들을 조정해야 비로소 원하는 해칭 브러시가 완성됩니다. 그레인(Grain) 항목에서는 질감이 없는 깨끗한 흰색 소스를 선택하거나, 종이 질감을 살짝 섞어주면 더 사실적인 느낌을 낼 수 있습니다. 획 처리(Stroke Path)에서는 간격을 적절히 넓혀주면 선들이 겹치지 않고 듬성듬성하게 찍히는 느낌을 낼 수 있습니다. 모양(Shape)의 분산(Scatter) 수치를 올리면 브러시가 찍힐 때마다 방향이 무작위로 회전하여 자연스러운 음영 표현이 가능해지며, 최신 버전의 강력해진 보정(Stabilization) 기능을 함께 활용하면 선의 떨림을 잡아주어 훨씬 깔끔한 해칭 브러시가 완성됩니다. 분산 수치를 만져주는 과정이 특히 재밌었습니다. 브러시가 찍힐 때마다 방향이 무작위로 돌아가니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선들이 겹치면서 묘한 깊이감이 생기더라고요. 가끔은 일부러 종이 질감이 느껴지는 그레인을 섞어보기도 하는데, 그러면 정말 갱지에 잉크 펜으로 슥슥 그리는 듯한 서걱거리는 기분이 납니다. 단순히 깔끔한 색면 채우기보다 이런 선의 겹침이 주는 따뜻한 질감이 그림의 온도를 확 올려주는 것 같아 정말 만족스럽습니다.
해칭 브러시 응용하기, 크로스 해칭과 색상 변화로 그림의 깊이를 더합니다
이렇게 완성한 해칭 브러시는 활용 범위가 생각보다 훨씬 넓습니다. 색상을 선택해 하트를 그리거나 캐릭터의 옷주름에 명암을 넣을 때 아주 유용하며, 최신 버전의 색상 변화 기능을 응용하면 선을 그을 때마다 미세하게 색이 변하는 오묘한 해칭 효과도 낼 수 있습니다. 듬성듬성 그으면 밝은 면이 되고, 여러 번 덧칠하면 크로스 해칭처럼 묵직한 어둠이 깔리는 것을 보면서 이게 디지털 드로잉의 묘미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칭 스타일은 수채화나 연필 질감과도 잘 어울리며, 브러시 스튜디오에서 소스를 어떻게 응용하느냐에 따라 제작할 수 있는 브러시는 천차만별입니다. 예전 같으면 손목이 아팠을 노가다 작업이 펜슬의 터치 한 번으로 자연스러운 음영이 되어 나타날 때의 쾌감은 정말 짜릿합니다. 이렇게 만든 나만의 브러시로 빈티지한 일러스트를 완성하고 나면, 기성 브러시를 썼을 때보다 훨씬 애착이 가고 작업의 온도도 더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디지털 드로잉에서도 아날로그의 불규칙함이 주는 편안함이 얼마나 중요한지, 해칭 브러시를 직접 만들어보면서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되었습니다.